잘못 되고 있는 게 아니길 바라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니길 바라
열흘 동안 제대로 울지도 못했어
고개를 돌리느라 목이 뻐근해졌어
매 시간 적당한 밥을 챙겨 먹고
매 밤 적당히 집에 와서 누워도
좀처럼 살아나질 못해
나는 매일 조금씩 죽어가고 있어
나는 매일 조금씩 부서져 가고 있고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져 가고 있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눈이 부어 있고
두 귀가 다 막혀 있어
나는 분명 기억하지 못하는 꿈에서
이를 악 물고 너를 찾았을 거야
매일 밤마다 한 쪽 귀가 파닥 거려 잠을 자지 못해
나는 매일 죽어가고 있어
숨 쉬는 곳마다 절망이 숨어있고
숨 쉴 때마다 몸 한구석이 부스러져
매일 저녁 떠오르는 칼과 상처들을
살고 싶어서 버리고 있어
너무나 살고 싶어서 버리고 있어
나를, 너를.
살기 위해 나를 떠나보낸 너로 인해
나는 너무나 살고 싶어서 죽어가고 있어
이게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니길 바라
이제 나는 너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릴 용기도 힘도 없고
너에게 연락이 오길 기다릴만큼
스스로에게 잔인하지도 못하겠어
울지 않고 버티다 보니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안아주곤 해
생각보다 내가
많이 아픈가봐
열흘을 피해다니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어
너는 나를 방치했고
너는 나를 버려두었어
너는 나를 떠밀었고
너는 나를
가장 잔인한 길로 내몰았어
그래도 올 거라고 해줘
잘 지내라는 나의 말에
회복해서 오라는 말이 있음을 들어줘
돌아오라고 떠나는 거니까
돌아오라고 멀리 보내는 거니까
이 악물고 버티는 시간들이 슬프지 않게
우리의 모든 모습들이 잔인해지기 전에
돌아와
내가 너를 버리기 위해
나를 모두 버리기 전에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