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격하게 뒤척였다. 꿈에서 J가 떠났다. 꿈속에서 J가 아닌 친구들이 내 곁에 많았다. 꿈속에서도 J가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나는 J의 표정을 못 본 척 했다. 그녀가 떠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J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녀가 내게서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내게서 떠났음을 알 수 있었다. J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녀가 떠났을 때 슬프지 않을 거라 생각했을까, 그 순간 절망했다.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는, 약간 벌어진 입으로 하는 이별에 절망했다. 그러는 사이 K에게 전화를 했다. 꿈 바깥에서 수천 번은 했던 다짐을 뒤로 하고, 대단히 일상적인 일로, 대단히 일상적인 듯, 대단히 일상적이지 않은 전화를 했는데, 그건 가령 나무를 나누는 일 같은 것에 관한 내용이었다. 너는 얼마큼의 나무가 필요해? 라고 물었던 것 같기도 하다. 월요일이었다. K에게 전화가 올 거라 굳게 믿은 월요일 다음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다정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필요한 나무의 양을 말했다. 그는 다정했다. “이제 곧 떠나.” 그의 집은 정리되었다. 1월에 그는 떠날 것이다. 어디로 갈 건지, 어디로 돌아 올 건지, 돌아오기는 할 건지 물을 수 없었다. 나는 머릿속에 정리된 그의 집을 떠올렸다. 그러고 나니 아무것도 물을 수가 없었다. 그의 집은 정리되었다. 그 곳에는 몇 개의 박스만이 남아 있었다. K는 담담했고, 다정했다. 순간 우리는 차에 앉아 있었고.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난 일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의 다정한 입을 벌리고 싶어 했다. 결혼해 버릴 거야. 한 달 만에 결혼해 버릴 거야. K의 입은 적절히 다물어졌고, 그는 나를 한 번 힐끗 보았다. 나는 좌석 아래로 가라앉으며 투정도 되지 못하는 말들을 내뱉었다. 그는 갑자기 차를 멈추고 내게 키스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나가는 차를 이끌며 도로를 바라보는 그는 적절히 입을 벌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깨어났다. 죄어드는 가슴을 부여잡고 급하게 J에게 연락을 하고, K에게는 연락하지 못했다. J에게는 꿈이라 다행이라 말했고, K에게는 꿈이라 다행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J가 멍한 표정을 짓기 전에 다행히 절망했고, K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떠날 것이다. K에게 절망은 익숙한 것이었고, 그의 말들은 꿈이 아니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꿈이라고 볼 수도 없어서 전화할 수 없었다. 그건 꿈이 아니라 더 지독한 진실이었고, 나는 꾸물꾸물한 오늘 아침 한 시간이나 뒤척여야 했다.
언어, 이야기/Tageswort2016. 12. 13.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