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Tageswort2016. 12. 14. 21:55





내 것이었던 이름들. 우리의 것이었던 이름들. 때를 놓치고 나니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있는 이름들. 푸른색 아쿠아리움. 그 어떤 간판과, 돌담길 사이로 비춰지는 갈색 가로등. 나의 것이었으나 한 번도 불려본 적 없는 이름들. 한 번도 불린 적 없지만 내 것이었던 이름들. 그러나 이제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이름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이름들. 처음부터 그 누군가를 위한 것이었을 이름들. 다정한 동행. 발맞춘 여행과 몇 개의 계절. 따듯한 아침의 커피와 저녁 인사. 매일 같이 불러보았지만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이름들. 단 한 번도 우리의 것인 적이 없던 이름들. 그리고 온전히 남의 것이 된 이름들. 몇 개의 음악. 수목원의 야자수. 무덤덤한 하루의 시작. 원래 남의 것이었던 이름들. 본래 주인 없는 이름들. 이름일 뿐일 이름들. 이름일 뿐일 이름들. 불러도 불러지지 않는 이름들. 때마다 떠올라 주인 없는 껍데기에 유령을 씌우는 이름들. 너의 것도 나의 것도 우리의 것도 그녀의 것도 그의 것도 아닌 이름들. 그러나 나의 것이 아니기에 그 누구의 것만 같은 이름들. 찰나의 화면 속에서 시선에 잡힌 이름들. 너의 이름들. 네가 안고 가는 이름들. 네가 있기에 존재하는 이름들. 나의 부재를 밝히는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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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r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