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Tageswort2018. 7. 29. 11:45

Jack Johnson-Losing keys


역시
아무 것도 아닌 인간의 아무 것도 아닌 날 보다는
초록 인간의 초록 하루 같은 것이 보다 아름다울까.

누구나 보다는 누군가가,
누군가 보다는 어떤 이의,
여느 날 보다는 어느 날이.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아름다우니,
그래서 모든 이야기는 아름답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꺼내들으니 언젠가 내가 썼던 열쇠 찾는 사람-너의 이야기와 그때 내가 그린 오래된 벽들, 네가 고요하게 일으킨 메아리들, 관계의 시차로 인해 들을 수 없었던 외침들, 작게 휘몰아치던 부스러짐들, 그럼에도 파릇파릇하게 그려진 초록 풀들과 숲, 적당히 젖은 고목의 우아한 나무향과, 우리의 처절한 울림들을 오랜 이야기로 감싸는 따스한 빛이 떠오른다. 생동하는 것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 이전의, 이 보잘 것 없는 하루가 어느 누군가의 어느 날이던 시절의 슬픔은 따듯하고 푸릇하지 않았나. 보다 애처롭고 아름답지 않았나.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여기 이 날들은 그 숲내음과 너무 멀지 않은가.

오늘은 왠지 초록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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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r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