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낼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겨낼 것이고
오랜 반복 속에서 그러했듯이
온 몸이 으스러져 가는 것도
조금은 괜찮아질 것이다.
그래도 고마움 하나는 덧대어져서
조금은 더 버틸만한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가진 못하더라도
이겨내는 날은 올 것이다.
짓무른 것들이
보송보송해지는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많은 고통을 적어내리고
잠든 꿈에서는 더한 이별을 했다.
눈 뜬 세상은 생각보다 덜 고통스러운지도 모른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날부터 세상은 버티어야만 하는 것이 되었다.
단 한 번 먼저 내 손 잡아주러 온 적 없는 너는
끝났다는 말조차 혼자 이르게 맞이했단다.
그래 너에게 갈게. 라고 말해주었던 떡볶이 집을 한참 서성였다.
그 말만 남아있던 내 긴 시간은 오래 번복되는 머무름이었다.
내 억울한 모든 것들을
본인의 천성탓이라 여길 너의 나약한 오만함을
이해하려 부단히 애쓰며 좌절했던 날들
세상에 자신뿐이라
버티기 힘든 몸뚱아리와 이겨내기 힘든 아픔뿐이라
여기 아니 어느 그 곳에도 없었던 너를
그런 멍청한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내탓이었겠거니 진지하게 생각하기로
그런 욕심어린 생각을 시작해보기로 한다.
이해하려 하기도 지치고
미워하기도 힘드니
영원히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겠거니 하기로 한다.
우리라는 말은 지난 날의 내 사치였다 하고,
슬픔도 즐거움도 사실은 없었을 환영들 속에서
서로는 멀고 멀었다고 믿어본다.
어리고 어리석은 날들이 겹치고 쌓여서
어느 날이 아니었다면 모든 것이 달랐을까라는 물음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모든 날들을, 첫날의 그 순간부터 모든 너를
지울 수만 있다면 가진 것을 다 내놓겠다고
아직까지는 이렇게 애원하는 내가
지난 날의 나의 너를 어여쁘게 바라보는 날이 오면
그때 모든 건 고요히 끝나리라.
망각과 같은 풍요로움조차 없는 삶 속에서
끝났단 말은 썩은 부위를 덜어내는 무딘 칼인가 보다.
늦어서 날카롭지 못했던 날에 진 흉만큼만 아프겠지.
여행자의 복장으로 만나 사랑했던 네가 한없이 떠도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을 것.
한껏 떠돌아, 살아.
너의 삶이 그것이라면 되찾아 제대로 살고 있는 것 축하한다.
언젠가
너의 그 모호함들이
결코 오지도 않을 거면서 놓을 수도 없게 했던 어리석음과 이기들이
곁에 있었던 적 없으면서 여전히 사랑한다 말하곤 했다는 내 앞의 그날의 네가
그러면서도 네 앞의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은 네가
고마운 날이 올지도 모르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고맙다. 끝이라고 말해준 것.
참 빠르기도 빨랐다.
안녕. 잘 가.
너의 아픔이 무언지 알고 있다고 믿었던 나는
너의 즐거움이 무언지는 몰랐으니
저 어느 행복한 나라에는 네가 있을 거라 여겨본다.
네가 오래 남긴 말처럼 지켜지지 않더라도
마지막 날 남겨준 말처럼
영원히 여전히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 얘기해줘.
그 누구도 나보다 아끼지 말고
한 번도 곁에 둔 적 없는 나를 버리지는 말아줘.
그 어떤 우리 를 만들어서도 그다지 행복하지 말아줘.
행복한 나라로부터 아주 먼 어느 그곳에
여전히,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말해줘.
그립지는 않아도 영원히 사랑할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