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Tageswort2018. 4. 25. 00:11

이겨낼 것이다.

언제나처럼 이겨낼 것이고

오랜 반복 속에서 그러했듯이

온 몸이 으스러져 가는 것도

조금은 괜찮아질 것이다.

그래도 고마움 하나는 덧대어져서

조금은 더 버틸만한 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가진 못하더라도

이겨내는 날은 올 것이다.

짓무른 것들이

보송보송해지는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많은 고통을 적어내리고

잠든 꿈에서는 더한 이별을 했다.

눈 뜬 세상은 생각보다 덜 고통스러운지도 모른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날부터 세상은 버티어야만 하는 것이 되었다.

 

 

단 한 번 먼저 내 손 잡아주러 온 적 없는 너는

끝났다는 말조차 혼자 이르게 맞이했단다.

그래 너에게 갈게. 라고 말해주었던 떡볶이 집을 한참 서성였다.

그 말만 남아있던 내 긴 시간은 오래 번복되는 머무름이었다.

내 억울한 모든 것들을

본인의 천성탓이라 여길 너의 나약한 오만함을

이해하려 부단히 애쓰며 좌절했던 날들

세상에 자신뿐이라

버티기 힘든 몸뚱아리와 이겨내기 힘든 아픔뿐이라

여기 아니 어느 그 곳에도 없었던 너를

그런 멍청한 너를 사랑한다고 말했던

내탓이었겠거니 진지하게 생각하기로

그런 욕심어린 생각을 시작해보기로 한다.

 

이해하려 하기도 지치고

미워하기도 힘드니

영원히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겠거니 하기로 한다.

우리라는 말은 지난 날의 내 사치였다 하고,

슬픔도 즐거움도 사실은 없었을 환영들 속에서

서로는 멀고 멀었다고 믿어본다.

 

어리고 어리석은 날들이 겹치고 쌓여서

어느 날이 아니었다면 모든 것이 달랐을까라는 물음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모든 날들을, 첫날의 그 순간부터 모든 너를

지울 수만 있다면 가진 것을 다 내놓겠다고

아직까지는 이렇게 애원하는 내가

 

지난 날의 나의 너를 어여쁘게 바라보는 날이 오면

그때 모든 건 고요히 끝나리라.

 

망각과 같은 풍요로움조차 없는 삶 속에서

끝났단 말은 썩은 부위를 덜어내는 무딘 칼인가 보다.

늦어서 날카롭지 못했던 날에 진 흉만큼만 아프겠지.

 

여행자의 복장으로 만나 사랑했던 네가 한없이 떠도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을 것.

한껏 떠돌아, 살아.

너의 삶이 그것이라면 되찾아 제대로 살고 있는 것 축하한다.

 

언젠가

너의 그 모호함들이

결코 오지도 않을 거면서 놓을 수도 없게 했던 어리석음과 이기들이

곁에 있었던 적 없으면서 여전히 사랑한다 말하곤 했다는 내 앞의 그날의 네가

그러면서도 네 앞의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은 네가

고마운 날이 올지도 모르지.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고맙다. 끝이라고 말해준 것.

참 빠르기도 빨랐다.

안녕. 잘 가.

 

너의 아픔이 무언지 알고 있다고 믿었던 나는

너의 즐거움이 무언지는 몰랐으니

저 어느 행복한 나라에는 네가 있을 거라 여겨본다.

 

네가 오래 남긴 말처럼 지켜지지 않더라도

마지막 날 남겨준 말처럼

영원히 여전히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라 얘기해줘.

그 누구도 나보다 아끼지 말고

한 번도 곁에 둔 적 없는 나를 버리지는 말아줘.

그 어떤 우리 를 만들어서도 그다지 행복하지 말아줘.


행복한 나라로부터 아주 먼 어느 그곳에 

여전히,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말해줘. 


그립지는 않아도 영원히 사랑할 사람이-.

 

 

'언어, 이야기 > Tagesw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0729  (0) 2018.07.29
20180428  (0) 2018.04.29
20170625  (0) 2017.06.26
20161208  (0) 2017.06.22
20170620  (0) 2017.06.21
Posted by oh.r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