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작아지는 것들을 붙잡지도 보내지도 않으면서 조명 끝자락에 걸린 그림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살아 있고 나는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서 안심했다. 어느 날인가 이제는 네가 죽어도 모르겠구나 생각했을 때 내 모든 사람들이 너에 대해 물어오는 안부가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네가 먼 곳을 떠도는 동안 구평 꿈속만해진 나의 세계는 남몰래 자태를 바꾸고 있었다. 먼 어느 나라에선가 다정한 이가 말을 걸어왔다. 지중해는 어떨까. 하지만 지중해는 너에게 너무 밝을 지도 몰라.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밤에 여행할 수 있어. 기차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말이지. 퍽 다정한 말에 달콤함이 스며서 내 방이 갑자기 사라지려 했다. 내가 떠올린 유일한 바다는 네 혼을 뿌릴 수 있는 서쪽 바다였는데, 유연해진 벽 틈으로 지중해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모든 것을 꿈꾸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꿈꾸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관해 생각했다. 겨울 별장을 접고 모든 관계를 끊어냈으면서 나는 이제는 하다 못해 신체까지 잃는 것일까 생각해봤다. 모든 위협적인 관계들을 내려놓고 결국은 더 사람같지 않은 형태의 꿈을 생산해내고 있는 걸까. 꿈 꾸게 해주어서 고마워. 고맙다는 말이 무서웠고 그래서 나는 너를 만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만지는 걸 상상하기 시작했다. 상상에 상상의 상상이 더해지면 나는 문자로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이 되고 싶던 시절은 끝났으므로 나는 살아있고 싶었다. 그래서 내 방의 모서리에서 모서리까지 훑었다. 내가 숨겨 놓은 모서리까지.
겨울 별장의 문을 닫고 모든 관계를 끊은 후에 들어섰던 나의 구평 꿈속이 유연해졌다. 지금 이렇게 흐늘거리는 벽틈으로 들이치는 바다내음에 방도 내 신체도 사라지듯, 언젠가는 내가 쓰던 언어도 내가 가꾸었던 모든 방들도 버리고 아주 낯설게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언어, 이야기/Tageswort2017. 6. 26.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