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Tageswort2016. 11. 27. 04:11

달팽이가 걸어간다

달팽이가 집을 이고 간다

달팽이는 집이 없어 집을 이고 간다

달팽이의 집은 그 어느 곳에도 없어서

달팽이는 밤마다 방문을 열지 못하고 기어간다

느린 걸음으로 아주 느린 걸음으로 아주 아주 느린 걸음으로 걷지도 못해 기어서

자기 집을 자기가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만들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하고 던져버리지도 못하고 부시지도 못하고 숨기지도 못하고 고작 숨기나 하면서

집을 이고 간다 기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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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r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