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Tageswort2017. 6. 22. 05:20

힘들겠지만 이제는 일어날 때가 된 것 같다며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라는 말에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종말하거나 세상이 종말했으면 좋겠다는 험한 말에

종말은 오지 않는다며 커피를 권했다.

그래.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서지고 있음.

무언가 이 안에서 산산 조각 나고 있음.

붙잡을 새도 없이 으스러지고 있음.

파편도 되지 못한 먼지들이

눈처럼 휘날리고 있음.

 

가습기를 하루 종일 틀어 놓아도

손끝은 바싹바싹 말라만 갔다.

잠결에 몇 번이나 깨어 머리맡의 핸드크림을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며 진통제를 찾듯 집어발랐다.

버석버석. 아무리 몸부림쳐도

버석버석.

버석버석 거리는 것들.

 

 

(2016. 1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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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r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