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겠지만 이제는 일어날 때가 된 것 같다며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으라는 말에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종말하거나 세상이 종말했으면 좋겠다는 험한 말에
종말은 오지 않는다며 커피를 권했다.
그래.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서지고 있음.
무언가 이 안에서 산산 조각 나고 있음.
붙잡을 새도 없이 으스러지고 있음.
파편도 되지 못한 먼지들이
눈처럼 휘날리고 있음.
가습기를 하루 종일 틀어 놓아도
손끝은 바싹바싹 말라만 갔다.
잠결에 몇 번이나 깨어 머리맡의 핸드크림을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며 진통제를 찾듯 집어발랐다.
버석버석. 아무리 몸부림쳐도
버석버석.
버석버석 거리는 것들.
(2016. 12.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