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해 충동이 들어. 육인용 식탁에 앉아 마주 앉은 엄마 아빠에게 공들여 말했다.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게. 다정한 나의 부모는 그 말에는 별 대꾸가 없었다. 어린 동생은 조금만 울어도 부모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는데. 무참하게 어렸던 때, 상처 베인 손과 깨진 유리 조각들, 17층 꼭대기에서 흔들어대던 다리를 엄마 아빠는 다정함과 무관심으로 이겨냈다. 그들은 강했다. 그리고 내가 약하지 않다는 걸 알만큼 어리석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가혹했고, 여전히 살아있는지 모른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그 육인용 식탁에서도 그들은 다정함과 무관심으로 대꾸했다. 덕분에 그들은 여전히 건강하고 나도 역시 건강하다. 또 다시 시간이 흘러 몇 번의 혈기들이 지나가고, 지난겨울, 가장 절정으로 앳되게 붉었던 순간에 나는 모든 객기를 버렸다. 작은 문구용 칼을 들었다 내려놓고, 설거지를 했었나. 문득, 살고 싶어졌구나, 생각했다. 그리고는 겨울별장 문을 닫았다. 붉게 타오르는 것보다 온전하고 싶어진 것이다. 유령이 되거나 소실점이 되지 못했다.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어, 이야기/Tageswort2017. 6. 9.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