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날, 여주인 로사가 나에게 물었다. 이 근방의 귀신들을 봤나요? 귀신이 많은 동네냐 물었더니 로사는 그렇다 말했고 나는 으스스하다 했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뭐, 귀신이랑 놀게 생겼는걸, 라고 했다. 겁 많은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함께 웃었다.
그 후로 생동하는 모든 것들과 죽어가는 모든 것들, 죽어가기에 살기 위해 악을 쓰는 것들, 존재가 없어 존재를 삼켜내는 것들로 인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고독했다. 어느 날 모르는 이의 고독을 훔쳐보다 고독과 친해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고독이 내것이 되려면 죽은자들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비 오는 어느 밤에는 내 집과 반대에 놓인 그 산 오르막을 홀로 오르며 적막한 비명을 입은 외벽들을 훑는 산책도 했다. 겁이 나서 흘끗흘끗한게 전부였다. 큰 방에서 홀로 넓은 밤을 맞이하는 날에도, 나는 두렵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 잠자는 나의 손을 꼭 잡아준 온기와, 침대 발치에 앉아 있던 꿈 속의 유령이 반가운 날도 있엇다.
로사와의 첫 만남 이후로 일 년 남짓 흘렀다.
그곳을 떠나왔고 여전히 귀신을 본 적은 없지만, 그간 몇몇 살아있는 유령들을 보고 느끼고 만나 함께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넋과 혼, 한과 어떠한 기류, 굿거리와 비명, 동틀 녘과 해질녘, 혼자라는 것까지, 많은 것들이 변했다. 조만간 다시 로사 만나러 로사에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