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Tageswort2017. 6. 11. 01:54

처음 만난 날, 여주인 로사가 나에게 물었다. 이 근방의 귀신들을 봤나요? 귀신이 많은 동네냐 물었더니 로사는 그렇다 말했고 나는 으스스하다 했다. 그러자 그녀는 웃으며, , 귀신이랑 놀게 생겼는걸, 라고 했다. 겁 많은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함께 웃었다

그 후로 생동하는 모든 것들과 죽어가는 모든 것들, 죽어가기에 살기 위해 악을 쓰는 것들, 존재가 없어 존재를 삼켜내는 것들로 인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고독했다. 어느 날 모르는 이의 고독을 훔쳐보다 고독과 친해져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고독이 내것이 되려면 죽은자들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비 오는 어느 밤에는 내 집과 반대에 놓인 그 산 오르막을 홀로 오르며 적막한 비명을 입은 외벽들을 훑는 산책도 했다. 겁이 나서 흘끗흘끗한게 전부였다. 큰 방에서 홀로 넓은 밤을 맞이하는 날에도, 나는 두렵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 잠자는 나의 손을 꼭 잡아준 온기와, 침대 발치에 앉아 있던 꿈 속의 유령이 반가운 날도 있엇다.


로사와의 첫 만남 이후로 일 년 남짓 흘렀다.

그곳을 떠나왔고 여전히 귀신을 본 적은 없지만, 그간 몇몇 살아있는 유령들을 보고 느끼고 만나 함께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넋과 혼, 한과 어떠한 기류, 굿거리와 비명, 동틀 녘과 해질녘, 혼자라는 것까지, 많은 것들이 변했다. 조만간 다시 로사 만나러 로사에 가야지.

'언어, 이야기 > Tagesw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611  (0) 2017.06.11
20170610  (0) 2017.06.11
20170608  (0) 2017.06.09
20160523  (0) 2017.05.24
20170513  (0) 2017.05.15
Posted by oh.r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