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밤. 아직 펴보지 않아서 적은 희망이라도 다독일 수 있는 마지막 밤. 어쩔 수 없이 확인해야하는 시간까지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 깊숙이 넣어 둔 결과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꾸만 만지작거리며 걸은 시간. 미루려고 해도 다가오는 날. 다독이려 해도 덜그덕 거리는 마음. 짐작으로 매겨진 예상 결과. 그간 걸어온 길이 몸의 몇 배가 되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걸어야만 했던 길이었음에도, 내일부터 걸어야하는 길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되는 밤. 그래서 걸음이 느려지는 날. 네가 웃으며 걸어오는 상상이 허용된 마지막 밤.
그런 소중한 밤에, 자꾸만 앞서 떠오르는 너의 뒷모습. 그리고 홀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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