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열기 어린 청춘들은 가까운 두 거리로 각기 다른 발걸음을 옮겼다. 울거나 웃는 자들이었다. 같은 이야기에 그들은 들떠있었고, 열에 못 이겨 몸 밖으로 억센 소리를 내뱉었을 것이다. 나는 그 두 거리와 상관없는 곳에 있어야만 했고, 있어야만 하거나 그저 있는 자들이 그곳에는 많았다. 많고도 많았다. 이미지의 세계는 그 두 거리를 중심으로 자극적인 언어들을 쏟아냈고, 그 두 거리가 세상의 전부인 듯하였다. 그 시각 열권을 벗어난 거리는 추웠고, 나는 잠자코, 그저-가만히-있는 세계를 목격해야만 했다. 그것은 이 세계를 떠받고 있는 무겁고 고요한 지반이었다. 시스템 속 거대 메커니즘. 비가시적 톱니들.
몇 달 전부터 짧은 기간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 자처하는 자들을 곁에서 보았고, 그들은 착하고 고요하고 소박했다. 일전에 누군가는 그러한 소박한 자들이, 소박하므로 잘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그들을 아껴주었지만, 지금 이곳은 소박한 꿈들이 소박하지 못한 세계인 것을. 그들이 소박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눌러야 하고, 마음보다 몸을 써야 하고, 목소리보다 눈이 빨라야 하는 세계인 것을. 그 역시 모르지 못했다. 그의 애정 섞인 소망은 고작 한 문장을 버티지 못하고 한숨으로 끝났다. 내 곁의 사람들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내 곁의 사람들만 아끼고자 하는 이기심이 되어버리는 곳이므로, 그들의 소박한 꿈도 이기적인 것이 될 뿐이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 마음을 거두어야 하고, 눈이 재빠르기 위해 목소리들이 죽어야만 했다는 것을, 내가 오늘 행복하기 위해, 아니 내가 단지 행복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울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할까. 알려야만 했을까. 그들은 알아야만 했을까. 더는 괴롭힐 수도, 묵허할 수도 없어 그쪽으로의 발길을 거두었다. 나는 비겁자인가.
우리는 순응자들에 관해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만 한다. 누가 순응자인가, 왜 순응하는가, 무엇에 순응하는가. 부르짖고 행동하는 자들이 땅거죽에 불을 지필 때, 비가시적 톱니들은 서로가 꽉 맞물려 지반을 흔들리지 못하게 잡아두고 있다. 그 응집력은 무기력일수도, 무지일수도, 교육일수도, ‘너무나 잘 앎’일수도 있다. 도처에 숨은 불안과 무기력, 폭력과 회피도 잡아내야 한다. 지반 밑에서 윤활유를 쏘아대는 만들어진 말들도 경계해야한다. 그들은 고요히 움직인다. 포착되지 않게, 아주 조용하고 거대한 한 걸음을 내딛으며 모두의 목을 조인다. 목을 조이는 손에 살기 위해 뱉어진 숨은 땅거죽에 붙은 옅은 불들을 모조리 꺼버린다. 살기 위해 버둥거리며 몸을 감춰야 하는 톱니들. 그 두꺼운 땅을 파고 지층에 숨은 부조리들을 긁어낼 재간이 없다. 그들을 모른다면. 우리를 모른다면.
저녁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네
이제는 하늘에 별도 흐리네
가끔 보이는 거리의 풀자락
물에 빠진 듯 붙잡고만 싶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모습
눈을 뜨면 보이는 게 없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모습
눈을 뜨면 보이는 게 없네
이제는 마음에 꿈도 흐리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네
이제는 마음에 꿈도 흐리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네
가끔 보이는 거리의 풀자락
물에 빠진 붙잡고만 싶네
가만히 잃어가는 소중한 것들을
기억 할 수만 있다면
황보령 - Night Sky_저녁하늘 (feat. 아시안 체어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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