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달이 뜬 어느 날, 걷고 있었다.
길 변두리에 흐르는 냇물에서 검은 올챙이. 올챙이의 뒷다리가 나왔다.
남자는 올챙이를 들어 뭍으로 던져버렸다.
올챙이는 파닥거렸다.
파닥거리는 올챙이 위로 흙을 덮었다.
흙을 꾹꾹 밟아 주고, 다시 길을 걸었다.
걷다보니 큰 나무가 앞을 가로막았다.
올려다보니 그 끝이 없었다.
남자는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한 가지 끝에 개구리가 한 마리 앉아 있다.
안녕, 너의 새끼를 죽이고 왔어. 남자가 말했다.
개구리가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개구리는 사라졌다.
남자는 계속해서 더 올랐다.
한 가지 끝에서 달이 울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환했다.
달에게 왜 우냐 물었다.
달은, 너 때문에 운다 말했다. 너 때문이라고.
남자는 가지 끝에서 자신의 몸을 던졌다. 떨어뜨렸다.
계속해서 끊임없이 추락했다. 추락. 추락.
추락하다보니, 어느새 물밑이었다.
물밑에는 올챙이들이 가득했다.
아까 묻은 올챙이가 거기 있었다.
올챙이는 남자를 향해 달려왔다.
남자는 올챙이를 집어 왼쪽 눈에 넣었고, 검은 올챙이는 검은 눈동자가 되었다.
남자는 왼쪽 속눈썹 하나를 뽑아 입으로 불었다.
날라 간 속눈썹은 민들레 홀씨들 사이에 섞여 날라 갔다.
남자는 다시 뭍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시 나무를 올랐다.
이번에는 달이 웃고 있었다.
남자는 달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그러나 달은 잡히지 않았다.
달은 그대로 웃으며 멀어져갔다.
끝내 오지 않을 것들은, 이미 별이 되어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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