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역에 들어온다
부산히 날리는 모래 먼지 위에
조각배를 띄워 함께 무너지는 마음으로
간다 발밑도 확인할 수 없는 길을
어그러지는 레일 위에서
길이라고 부를 어떤 맥락도 찾지 못한 채
먼 갈매기는 선명하고
가까운 모든 것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새
종종 가까스런 멈춤, 이는 일종의 충돌인가?
아무도 없는 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시인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여전히 영원히 아무도 없을 역에서
차창 밖에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부서진다
사실1.
- 기차는 없다
- 아, 나는 기차역에 가본 적이 없다
2.
플랫폼 기둥 뒤에서 걸어 나온 한 사람이
레일 바깥 저 먼 너머에 있는 바다를 일러준다
찰랑이는 새 풍경의 바다에서
먼 나라의 빛이 부서진다
아, 그는 바다를 본 적이 없다
아, 나는 그의 모자 아래 검게 먼 두 눈구멍을 보았다
순간 나와 그 사람의 사이를 쓸어가는 바람에
다가올 계절이 녹아내린다
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