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이야기/Tageswort2019. 11. 13. 01:30

기차가 역에 들어온다

 

부산히 날리는 모래 먼지 위에

조각배를 띄워 함께 무너지는 마음으로

간다 발밑도 확인할 수 없는 길을

 

어그러지는 레일 위에서

길이라고 부를 어떤 맥락도 찾지 못한 채

먼 갈매기는 선명하고

가까운 모든 것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새

 

종종 가까스런 멈춤, 이는 일종의 충돌인가?

 

아무도 없는 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시인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여전히 영원히 아무도 없을 역에서

차창 밖에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부서진다

 

사실1.

- 기차는 없다

- 아, 나는 기차역에 가본 적이 없다

 

2.

플랫폼 기둥 뒤에서 걸어 나온 한 사람이

레일 바깥 저 먼 너머에 있는 바다를 일러준다

찰랑이는 새 풍경의 바다에서

먼 나라의 빛이 부서진다

 

아, 그는 바다를 본 적이 없다

아, 나는 그의 모자 아래 검게 먼 두 눈구멍을 보았다

 

순간 나와 그 사람의 사이를 쓸어가는 바람에

다가올 계절이 녹아내린다

 

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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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h.ro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