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작업과 설치 작업을 처음으로 고민하다 보니, 나는 참으로 말을 짓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구나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특히나 요즘시대에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작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예컨대 그중에서도 오디오비주얼이라 불리는 화려한 영상들이라든지 그런걸 보고 있으면, 나는 뭔가 대체적으로 뒤쳐진 기분이 든다. 작가들은 더 나아가서 어떤 데이터를 추출하여 그것을 재조합하는 방식의 작업들도 많이 내놓는데, 그 취합과 재구성의 방식 자체가 다양한 기기와 시스템, 디지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들의 합이라 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가끔 나는, 이토록 도태되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작업은 분명 무엇으로 시작하여 무엇을 담아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우습지만 어쨌더나 둘 다, 그리고 마지막 전달의 순간까지 밸런스가 굉장히 예민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작품은 장미꽃 한송이에 달린 딱히 아프지도 않은 가시만큼도 뾰족한 부분을 갖지 못하는 쓰레기가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도했으니 괜찮아 그것은 의미있는 일이야 라는 위로는 정말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굉장히 텍스트에 가까운 사람이고, 대단히 게으른 대단한 몽상가라는 사실을 작업을 마주하여 깨닫게 될 줄은 몰랐는데, 활동력과 사고능력은 대체로 반비례하는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 하면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은데.

 

이런 저런 타격감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원고를 마저 써야 하니 이만 줄인다.

Posted by oh.roze